열심히 무슨 일을 하든 아무 일도 하지 않든, 스무 살은 곧 지나간다. 스무 살의 하늘과 스무 살의 바람과, 스무 살의 눈빛은 우리를 세월 속으로 밀어넣고 저희들끼리만 저만치 등 뒤에 남게 되는 것이다. 남몰래 흘리는 눈물보다도 더 빨리 우리의 기억 속에서 마르는 스무 살이 지나가고 나면 스물한 살이 오는 것이 아니라, 스무 살 이후가 온다.
김연수, 스무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