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사람들은 온갖 것을 두려워했습니다. 지는 해조차 두려웠을 것입니다. 다음날 뜨지 않을지도 모르니까요. 여름이 끝나갈 때나 겨울이 길어질 때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는데, 그 이유는 우리가 해를 아무 때나 뜨고 지게 만들거나 계절을 늘리고 줄일 수 있는 힘을 손에 넣어서는 아닙니다. 태양도 계절도 영원히 이기지 못할 우리가 예전 같은 두려움을 품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그 두렵고도 강대한 힘의 원리를 알았기 때문입니다.
이유를 모를 때 세계는 두려움입니다. 그런 두려움을 한번에 없애기란 불가능하지만 우리는 그 두려움을 줄이는 법을 압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그걸 보게 하십시오. 밝은 대낮에 사람들이 오가는 자리에 비밀을 내놓아 빛을 받게 하십시오. 그러면 누군가 알아볼 것입니다. 의견을 내놓을 것입니다. 또는 원리를 알아내려 덤벼들 것입니다.
또는 우리가 그토록 두려워한 비밀이 생각보다 앙상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그의 정체를 모른다면 첫째로 할 일은 그를 정의하는 것입니다. 불가사의에도 이름을 붙일 수가 있습니다. 그림자 뒤에 숨은 강대한 지배자일지라도 시장에 나타난다면 그는 한 명의 고객이 됩니다. 모습을 드러낸 그를 보고 말문이 막혀 떨며 엎드리는 대신 우리는 첫 마디를 어떻게 떼야 할지 알게 될 것입니다. 아마도 '무엇을 찾으시나요, 손님'과 같은 것이겠지요.
전민희, 룬의 아이들 블러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