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꽁초, 술병, 성냥갑 등이 산처럼 쌓였다. 만약 거기 함께 쓸려 갔다면 두 번 다시 딘을 만나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그가 온 미국을 구석구석 돌아다니고 쓰레기통이라는 쓰레기통을 모두 들여다본 결과, 내 인생의, 그의 인생의, 관계자 및 무관계자의 인생의 쓰레기 안에서 태아처럼 몸을 웅크리고 있는 나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쓰레기 자궁 안에서 나는 대체 뭐라고 할까? “그냥 내버려 둬. 나는 여기 있는 게 행복해. 너는 1949년 8월 어느 날 밤 디트로이트에서 나를 버렸지. 대체 무슨 권리로 이 냄새 나는 통 속에서 조용히 자고 있는 나를 방해하러 온 거야?”
“언젠가 너와 나는 새벽녘에 거리에서 비틀대면서 쓰레기 깡통이나 들여다보게 될 거야.”
“결국 늙은 부랑자가 된다는 거야?”
“왜 아니겠어. 우리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될 수 있어. 그런 것도 나쁘진 않지. 정치가나 부자 같은 다른 사람들이 뭘 바라든 상관하지 않고 계속 살아가는 거야. 아무도 방해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나아가는 거지.” 나는 동의했다. 그는 가장 단순 명쾌한 방식으로 도에 다다르려 했다. “이봐, 너의 길은 뭐야? 성인의 길, 광인의 길, 무지개의 길, 거피의 길, 어떤 길이라도 될 수 있어. 어떤 짓을 하든 누구에게든 어디든지 갈 수 있는 길이 있지. 그럼 어디서 어떻게 할래?”
잭 케루악, 길 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