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원에 꽃이 만발하고 둑새풀이 잔디 위로 고개를 내민 찬란한 봄날이면 그와 옐레나는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기 위해 구석지고 포근한 곳을 찾곤 했다. 어느 날은 위쪽 안뜰에 있는 퍼걸러 밑에서 시간을 보냈던 듯싶다. 옆에는 강굽이를 내려다보는 거대한 느릅나무가 서 있었다. 옐레나는 수를 놓았고, 그러면 백작은 옐레나가 가장 좋아하는 푸시킨의 작품을 큰 소리로 읽어주기 위해―한 발을 분수대 가장자리나 나무 몸통에 가볍게 댐으로써 몸의 균형을 유지한 채―의자를 뒤로 젖히곤 했다. 시간이 흐르고, 낭독은 스탠자에서 스탠자로 거듭 이어지고, 옐레나의 조그만 바늘은 쉼 없이 움직였다.
"그 모든 자수들은 어디로 가는 거야?" 그는 이따금씩 페이지의 끝부분을 읽고 나서 그렇게 묻곤 했다. "지금쯤은 집 안의 모든 베개에 나비가 수놓이고, 모든 손수건에 모노그램이 수놓였어야 하잖아." 그리고 그가 또 다른 시집을 읽어주지 않을 수 없도록, 너는 페넬로페처럼 밤이 되면 자수를 풀어버리는 게 아니냐고 나무라듯 말하면 옐레나는 헤아릴 수 없는 미소를 짓곤 했다.
에이모 토울스, 모스크바의 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