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녀를 만난 것은 9월의 끝 무렵이었다. 그날은 아침부터 밤까지 계속 비가 내렸다. 그 계절에 흔히 내리는 가늘고 부드럽고 단조로운 비였다. 지표에 새겨진 여름의 기억이 그 비에 조금씩 씻겨내려가고 있었다. 모든 기억은 도랑을 타고 하수도며 강으로 흘러가 어둡고 깊은 바다로 실려간다.
무라카미 하루키, 코끼리의 소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