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바그너를 들으면서 빵을 실컷 먹었다.

 

"음악사에 찬연히 빛나는 이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1859년에 발표되었고, 후기 바그너를 이해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작품입니다. 콘월 국왕의 조카 트리스탄은 삼촌의 약혼자인 이졸데 공주를 맞이하러 갔다가 돌아오는 배에서 그녀와 사랑에 빠져버립니다. 서두에 나오는 첼로와 오보에의 아름다운 테마가 이 두 사람의 사랑의 모티프입니다."

 

두 시간 뒤, 우리는 서로에게 만족하고 헤어졌다.

 

"내일은 <탄호이저>를 듣자고."

 

집에 돌아왔을 때 우리 안의 허무는 완전히 사라지고 없었다. 그리고 완만한 언덕을 굴러떨어지듯이 상상력이 달그락달그락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라카미 하루키, 빵가게 습격

 

 

 

 

 

2020. 11. 11. 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