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가게 주인은 클래식 음악 마니아였는데 마침 그때 가게에서 바그너의 <서곡집>을 틀어놓고 있었어. 그리고 주인은 우리한테 만약 그 음반을 끝까지 묵묵히 다 들어준다면 가게 안의 빵을 맘대로 가져가도 좋다고 거래를 제의해왔어. 나와 친구는 그 제의에 대해 의논했지. 그리고 이런 결론을 내리게 됐어. 음악을 듣는 것쯤은 어느 정도 할 만하다고. 그것은 순수한 의미에서 노동도 아니며 누구를 상처 입히는 것도 아니니까. 그래서 우리는 식칼과 나이프를 보스턴백에 넣고 의자에 앉아 빵가게 주인과 함께 <탄호이저>와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의 서곡을 들었던 거야.

 

"빅맥 서른 개, 테이크아웃으로."

"돈은 충분히 드릴 테니 어디 다른 가게에 가서 사드시면 안 될까요. 장부 정리가 몹시 번거로워지거든요. 그러니까―"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좋을걸."

 

무라카미 하루키, 빵가게 재습격

 

 

 

 

 

2020. 11. 11. 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