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또 보트에서 몸을 내밀어 해저화산 꼭대기를 내려다보았다. 보트를 둘러싼 바닷물의 투명함이 내 마음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명치끝 주위에 구멍이 뻥 뚫린 듯한 기분이었다. 입구도 출구도 없는 순수한 구멍이다. 그 기묘한 체내의 결락감은 높은 첨탑 꼭대기에 올라갔을 때 느끼는 공포가 부르는 마비와 어딘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복과 고소공포는 서로 닮은 데가 있구나 하는 새로운 발견을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 빵가게 재습격

 

 

 

 

 

2020. 11. 11. 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