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나는 미국의 황야는 서부에만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사스쿼해나의 유령이 가르쳐 주었다. 동부에도 황야가 있었다. 그곳은 달구지를 타고 다니던 시절에 우체국장 벤저민 프랭클린이 터덜터덜 걸어가던 황야, 조지 워싱턴이 힘찬 야생 수사슴처럼 인디언들과 싸우던 황야, 대니얼 분이 펜실베니아의 등불 옆에서 이야기를 들려주고 컴벌랜드 협곡을 꼭 찾아내겠노라고 약속하던 황야, 브래드퍼드가 도로를 건설하고 남자들이 통나무집 안에서 야단법석을 떨던 바로 그 황야였다. 그 자그마한 노인에겐 애리조나의 거대한 공간들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펜실베이니아 동부와 메릴랜드, 버지니아의 잡목 가득한 황야, 뒷길들, 그리고 서스쿼해나, 머농거힐라, 그 옛날의 포토맥과 머나커시 같은 우울한 강들 사이로 휘돌아 나가는 콜타르 도로가 있었다.

 

잭 케루악, 길 위에서

 

 

 

2025. 5. 27. 04: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