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만에 처음으로 햇빛을 구경하네요. 의자에서 일어나 목을 길게 빼면 강물 위로 빛나는 해를 볼 수 있답니다. 거리에 쌓인 건물 잔해에서 슬며시 시선을 돌린 채, 런던이 다시 아름다워졌다고 스스로 세뇌하고 있어요.
도시 애덤스에게서 슬픈 편지를 받았어요. 크리스티안 헬만, 그리고 그가 보여준 호의와 그의 죽음에 관한 내용이었지요. 전쟁은 계속되는 것 같아요, 그렇죠?
이곳에도 봄이 온 것 같아요. 햇살을 흠뻑 받으니 참 따스하네요. 그리고 거리에는(지금은 시선을 돌리지 않아요) 여기저기 기운 점퍼를 입은 남자가 자기 집 현관을 하늘색으로 칠하고 있네요. 막대기를 들고 서로 장난을 치던 남자아이 두 명이 자기들도 페인트칠을 하게 해달라고 졸라대는군요. 남자가 아이들에게 조그만 붓을 하나씩 주고 있어요. 그러니까…… 아마 전쟁에도 끝이 있겠죠.
메리 앤 셰퍼,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