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테면 사랑은 그렇게 온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면 날마다 바라보던 그 낯익은 풍경을 오래 바라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면서. 흐린 아침, 가까운 산이 부드러운 회색 구름에 휩싸이고 그 낯익은 풍경이 어쩐지 살아 있었던 날들보다 더 오래된 기억처럼 흐릿할 때, 그때 길거리에서 만났더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쳐버렸을 한 타인의 영상이 불쑥 자신의 인생 속으로 걸어 들어오는 것을 느낄 때 그 느낌이 하도 홀연해서 머리를 작게 흔들어야 그 영상을 지워버릴 수 있는 그때.
공지영, 착한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