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에 미국은 세상을 거꾸로 들고 탈탈 털어서 주머니에 든 동전까지 챙겼다. 유럽은 가난한 친척 같은 존재가 되었다. 가문의 문장만 남았을 뿐, 식탁을 제대로 차릴 수는 없는 존재. 아프리카, 아시아, 남아메리카의 비슷비슷한 나라들은 우리의 학교 교실 벽을 장식한 지도 속에서 햇빛을 받은 도롱뇽처럼 막 잽싸게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한 참이었다. 공산주의자들이 날뛰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저기, 어딘가에서. 하지만 조 매카시는 이미 무덤에 들어갔고 아직 달에 간 사람은 없었다. 그동안 소련은 그저 스파이 소설 속에서나 살금살금 음흉하게 움직일 뿐이었다.

 

그래서 우리들은 모두 조금씩 취해 있었다. 우리는 하늘로 쏘아진 인공위성처럼 저녁을 향해 나아가 지상 3킬로미터 높이에서 도시의 궤도를 돌았다. 비실거리는 외국 화폐와 섬세하게 걸러진 정신이 우리의 동력이었다. 만찬석상에서 고함을 질러대고, 다른 사람의 배우자와 함께 슬그머니 빈방을 찾아 들어가 그리스 신들의 열정과 무분별함을 흥청망청 즐겼다. 그리고 아침이 되면 6시 30분 정각에 맑은 머리와 낙천적인 기분으로 일어났다. 스테인리스 책상들에 앉아 다시 세상을 조종할 준비를 다 갖춘 채로.

 

에이모 토울스, 우아한 연인

 

 

 

 

 

2025. 10. 4. 2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