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그런데, B가 헛기침을 했다. 그게 저기, 파본이라서. 꼬마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파본이 뭔데예? 그러니까, 책 읽다가 갑자기 다른 내용이 나올 수도 있다고. 꼬마가 활짝 웃었다. 괜찮아예. 뭔진 몰라도 재밌겠네예. 꼬마들은 장화로 찰박찰박 흙탕물을 튀기며 골목 너머로 걸어갔다. (…) 아버지, 경주에서 부산으로 가는 차가 언제 있어요? 작은 눈을 억지로 크게 뜨고 고개를 내민 B에게 나는 씩 웃어주었다. 꼭 확인해 보고 싶은 페이지가 있어요. 그저 파본일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그 페이지 때문에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거니까, 딱 한번만 더.
전삼혜, 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