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너는 가까운 친구들과 피크닉을 계획하는 사람처럼 그렇게 하지 그게 뭘 의미하는지도 모르고


지난밤 너의 왼쪽 팔이 마비되었을 때, 나는 네가 아무렇지도 않게 떠나보낸 흰 배를 타고 온천을 지나고 있었어 배의 밑바닥으로부터 끓어오르는 분노를 느끼며


급하게 전쟁을 치르듯 쿵쾅거리는 너의 심장을 들고. 언젠가 우리들이 꿈속을 오가며 돌로 쳐 죽인 까마귀들이 시름시름 앓는 밤이었지, 검게 썩어가는 너의 입술을 한 번만이라도 헤집고 싶어서


이봐, 너는 그것을 모르고 너무 많은 술과 알약에 빠져 천국의 노래를 기다리는 귓구멍엔 거미줄

살고 싶어서 심장의 박동이 소프라노를 하는데 너는 모자를 돌려쓰듯 간단히 너의 두 팔과 두 다리를 내어주지

옷 갈아입는 게 취미인 하늘의 변덕쟁이 아가씨 구름과 약속을 하지, 손가락엔 빗물로 지은 반지


2.


그날 밤, 너는 홀린 듯 걸었어 하염없이 장미가 피고 지는 촛불을 들고

그 이름 붙일 수 없는 매혹의 소리에 이끌려, 흰 언덕을 지나 얼어붙은 호수 위를 너는 꿈꾸듯 미끄러지고 있었지


달이 참 크구나 크고 둥글구나…… 멍청한 소릴 늘어놓을 때, 얼어붙은 호수의 표면이 갈라지고

그 위를 느리게 떠가던 구름들, 호수의 찬물에 그만 엉덩이를 빠뜨리고 말았지


그때였어, 밤의 허공 속으로 시끄럽게 날아오르던 까마귀들


흰 배는 놀라 온천에 코를 박았다!

욕조의 온수는 자꾸만 흘러넘치고 흰 언덕 얼어붙은 호수와 장미가 그려진 타일 바닥에 너 역시 턱을 찧고 말았지

뭐랄까, 우리는 순식간에 멀어진 거야 몇 번 너의 얼굴이 물속으로 흘렀다 지워지고……


3.


이봐, 이 글은 지옥에서 적는 글.

너는 끝까지 나의 손을 붙잡으려 했다고 우기지만, 입술을 쫑긋거렸을 뿐

너는 너무 많은 술과 알약에 빠져 그게 뭘 의미하는지도 모르고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물속에 녹아 흐를 때

내가 너의 몸을 빌려 한때 즐거웠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을 만큼

우리가 아주 멀리 있을 때,


그랬어, 내가 마지막으로 본 너의 죽어가는 입술은


……하우 더즈 잇 필?

……하우 더즈 잇 필?


황병승, How does it feel?






2014. 5. 12. 1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