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음악으로 스며든 바람은 살아남지 못했다 음악은 유적지를 남기지 않지만 어느 먼 나라에서는 음악이 방금 다녀간 나라들을 허공이라 부른다
아흔아홉 번째 레퀴엠, 태어나자마자 음악은 스스로 자신의 풍경을 조금씩 지우기 시작한다. 시간과의 친교로 음악은 인가의 세계에 가서 망명을 보내다 죽는다. 일찍이 소년들이 사슬을 끌고 걸어가 구석에서 독한 술을 마시기도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어떤 음악 속으로 시간을 유배해버린 자신의 열렬한 회의 때문이다.
김경주, 음악은 우리가 생을 미행하는 데 꼭 필요한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