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자

나는 드디어 단순해졌다

당신을 잊고

잠시 무표정하다가

아침을 먹고

잤다

 

낮에는 무한한 길을 걸어갔다

친구들은 호전적이거나 비판적이고

내 몸은 굳어갔다

 

한 사람을 살해하고

두 사람을 사랑하고

잠깐 울다가

음악을 틀었다

 

나의 사랑은 변하지 않았다

나의 죽음은 변하지 않았다

나는 금욕적이며

장래 희망이 있다

 

1968년이 오자

프라하의 봄이 끝났다

레드 제플린이 결성되었다

김수영이 죽었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

나는 여전히 태어나지 않았다

비가 내리자

나는 단순하게

잠깐 울다가

전진하였다

 

이장욱, 좀비 산책

 

 

 

 

 

2014. 7. 13. 04: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