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삶은 없다고 말하는 이에게 다른 삶이 있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어떤 절망에는 다른 삶을 꺼낼 수조차 없어야 한다. 잦아드는 불씨처럼 타들어가는 숨이 마침내 다 꺼질 때까지. 형체를 간직하고 있지만 이내 주저앉아 바스러질 때까지. 그대로 내버려두는 수밖에 없다. 그러니 절망하지 않는 사람이 절망하는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유진목, 디스옥타비아

 

 

 

 

 

2022. 6. 9. 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