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 처음으로 바다를 보았을까.

 

나의 감정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바다를 처음 보는 인간의 감정을 상상해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상상하고 공감하는 그 감정이 나의 기억이 아니라는 생각에 이르면 나는 알 수 없는 질투에 사로잡힌다. 나의 삶이 나의 상상을 질투할 때 나는 작가로서의 쾌감과 슬픔을 느낄 수 있다.

 

나는 처음 바다를 보았을 때를 기억할 수는 없지만 내가 바다를 바라보며 모래 위에 누워 있던 일들,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때까지 걸어가던 일들, 물에 떠서 수평선을 동경하던 일들을 바로 어제 일처럼 떠올릴 수 있다. 8월의 바다는 7월의 바다와 분명히 다르다는 것도.

 

유진목, 디스옥타비아

 

 

 

 

 

2022. 6. 9. 0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