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네가 적은 음식 이야기는 정말로 감미롭고 군침이 돌았지만, 빠진 게 있었어. 허기 자체에 관해서는 조금도 언급하지 않았거든. 그래, 넌 욕구의 부재에 관해서는 이야기했어. 뒤에서 쫓아오는 사자나 '동물적이고 다급한 생식 의지' 같은 게 없는 상태가 쾌락으로 이어진다고 했는데, 그건 옳은 말이야. 하지만 허기는 눈부시게 반짝이는 조그만 매력들을 지녔어. 그걸 꼭 생물학의 관점에서, 즉 인간의 기본 욕구를 관장하는 대뇌변연계와 연계해서 생각할 필요는 없어. 레드, 허기란 건 말이야…… 허기를 채우기, 허기를 더 부추기기, 허기를 용광로 같은 것으로 여기기, 이빨처럼 날카로운 허기의 가장자리를 살짝 만져 보기…… 그런 것들이 어떤 건지 너는, 개별자로서의 너는, 알아? 네가 준 먹이를 받아서 스스로를 연마한 허기, 너무나 예리하고 눈부시게 벼려져서 네 몸을 가르고 새로운 것을 분출시킬지도 모르는 허기를, 너는 가져 본 적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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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는 뛰고 싶은 충동을 억누른다. 레드를 향해, 또는 레드에게서 멀리. 블루는 자신의 허기를 지도 한구석의 장미꽃 모양 방위 표시처럼 몸에 지닌 채로(별은 장미…… 별은 장미야, 그렇지?), 허기가 가리키는 북쪽을 등지고 남쪽을 향해 똑바로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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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넌 언제나 내 가장 깊숙한 곳의 허기였어. 나의 날카로운 이빨, 나의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손톱, 나의 독 묻은 사과. 널따랗게 자란 밤나무 아래에서, 나는 너를 만들고 너는 나를 만들었어.
아말 엘모흐타르&맥스 글래드스턴,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