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너와 내게는 좋은 여름이었다. 최고의 여름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금요일 밤이 오기 전까진 거의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었다. 푹푹 찌는 날씨 탓에 낮에는 집안에만 틀어박혀 호러영화를 보고 아이스티를 들이부었으며, 밤이면 태너가 모는 트럭을 타고 다니면서 돌아오는 금요일에 할 일을 계획했다. 우리가 시간을, 인생을 허비하고 있다고 부모님들은 말했는데, 그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내년이면 고등학교 졸업반이 될 터였기 때문에, 벌써 우리는, 우리가 별 볼일 없음의 정점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자각하고 있었다. 그 여름은, 우리가 아직 용돈을 받고 일자리를 얻지 않아도 될 만큼 어릴 수 있는 마지막 여름이었다.
앤드루 포터,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中 '외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