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오후예요. 로즈먼드는 창가 의자에 앉아 아마포 조각과 짙은 빨강 모직물을 꿰매고 있고 까망이는 제 옆에서 잠들었어요. 교수님 말씀이 구구절절 옳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전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았어요. 이곳의 모든 것은 제가 예상했던 것들과 전혀 달라요. 하지만 마냥 동화 속 이야기 같지는 않을 것이라 하셨던 점에 대해서는 교수님이 틀리셨어요.


어디를 둘러봐도 동화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것들로 가득해요. 아그네스의 빨간 망토, 쥐 우리, 포리지 그릇, 그리고 지푸라기와 나뭇가지로 만든 오두막들이 가득한 마을까지요. 이렇게 허술한 오두막이라면 늑대가 전혀 힘들이지 않고 날려 버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종탑은 라푼젤이 갇혀 있었을 법한 모양이고요, 고개를 숙이고 수놓는 일에 열중하고 있는 로즈먼드는 흑갈색 머리에 하얀 모자, 사과같이 붉은 뺨까지, 백설 공주를 그대로 가져다 놓은 듯 하네요.


코니 윌리스, 둠즈데이 북






2018. 9. 20. 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