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평일 오후의 동물원
완벽한 평일에 동물원을 찾는 사람, 따위는 없다. 동물원행 버스는 텅, 텅 비고,
동물들은 보통의 불완전한 휴일과 다름없이 늘어져 자거나, 샌드위치 두 개와
반쯤 남은 오렌지 마멀레이드
한 병, 푸른색 체크 무늬의 냅킨이 들어 있는 피크닉 바구니가 우리 앞 벤치에
놓인다, 코뿔소의 뿔은 평일에 녹아 흐느적거리고 기린의 목은
충분히 길지 않다, 평일의 하품으로 원숭이들은 마주보고 앉아 이를 잡는다
악어 우리에 빠져 살려달라는 비명조차 없는 평일의 한가로움은
아카시아 나무들과 코끼리 똥 밑에 깔려 있는 풀들에게도 전염되어
바람 속에서 하늘거리게 하고 햇빛은 별로 뜨겁지 않다, 휴일의
먹다 버린 팝콘은 누구도 집어먹으려 하지 않고, 아무도 구경하지 않는다,
나름대로 평온한 평일은 달력에도 제대로 나와 있지 않고, 사진도 찍히지 않는다
평일의 동물원에는
비닐들만 날아다니고, 캔들만 바람에 굴러다닌다.
완벽한 평일 오후의 동물원
서정학, 평일의 동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