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나는 우생학자들이 그녀가 누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 모든 것들을 인생에서 펼쳐나가고 있다. 애나는 아이스티를 얼음처럼 차갑게 해서 마신다. 화초들에 물을 준다. 색칠을 한다. 페이지마다 가득한 활기찬 동물들을 칠한다. 서핑하는 여우, 카약을 타는 늑대, 줄지어 콩가 라인댄스를 추는 토끼와 달팽이와 나비 등. 그리고 친구의 기운을 북돋워주기 위해 얼마 안 되는 돈을 아껴 모은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메리의 아들이 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애나는 곧장 밖으로 나가 자기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을 샀다. 살아 숨 쉬는, 심장이 뛰는 햄스터 한 마리였다. 메리는 그 햄스터를 보고 감격했다. 메리는 햄스터에게 슈가풋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고, 나에게 자기가 매일 슈가풋에게 아침 인사를 하는 방식을, 우리에서 안아 올려 그 씰룩거리는 작은 볼에 자기 볼을 갖다 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가르랑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새장 안에서는 미니어처 디스코볼이 돌아가면서 햇빛을 반사해 수십 개의 작은 반짝거림을 방 안에 뿌리고 있었다. 프리티 보이와 프리티 걸이 마치 손뼉을 치는 것처럼 날개를 파드닥거렸다. 아침이 재빨리 흘러가는 동안 모두의 잔에 담긴 얼음 큐브가 딱딱 깨지며 딸그랑거리는 소리를 냈다. 이곳은 움직임과 빛과 웃음과 따뜻함으로 이루어진 동물원이다. 이 거실은 살아 있다.
나는 그들의 아파트를, 짝을 맞춘 안락의자와 짝을 맞춘 아이스티 잔을 다시 생각했다. 소파에 앉혀둔 인형, 우리 안에서 쳇바퀴를 돌리고 있던 햄스터, 거기 앉아 있을 때는 의식적으로 인지하지 못했던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두 여인 사이를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실들이. 그들이 얼마나 서로를 빈틈없이 돌보는지, 서로의 슬픔을 찰싹 때려 쫓아버리고, 모든 농담을 재빨리 받아주고, 분위기를 밝게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천천히 그것이 초점 속으로 들어왔다. 서로서로 가라앉지 않도록 띄워주는 이 사람들의 작은 그물망이, 이 모든 작은 주고받음—다정하게 흔들어주는 손, 연필로 그린 스케치, 나일론 실에 꿴 플라스틱 구슬들—이 밖에서 보는 사람들에게는 그리 대단치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그물망이 받쳐주는 사람들에게는 어떨까? 그들에게 그것은 모든 것일 수 있고, 그들을 지구라는 이 행성에 단단히 붙잡아두는 힘 자체일 수도 있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식으로 이 지구에게, 이 사회에게, 서로에게 중요하다.
룰루 밀러,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