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닌그라드
1930년 6월 14일

내 친구 사샤에게.

오늘 새벽 4시, 도저히 잠이 오질 않아서 구시가로 나가보았네. 백야의 술꾼들은 이미 집으로 돌아갔고, 전차 검표원들은 아직 모자를 착용하지 않은 시간에 난 넵스키 대로를 따라 다른 시대, 혹은 다른 지역에 도둑맞은 것처럼 보이는 봄의 고요 속을 배회했지.

넵스키 대로는 이 도시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되었다네. '10월 25일 대로'라고 말일세. 유서 깊은 거리의 권리를 주장하기엔 그 날의 의미가 참으로 크잖아.

하지만 친구여, 그 시간의 넵스키 대로는 자네가 기억하는 예전의 모습과 똑같았다네. 나는 특별히 정해놓은 목적지 없이 모이카 제방과 폰탄카강을 건너고, 상점들을 지나치고, 오래된 저택들의 장미향 그윽한 앞뜰을 지나서, 마침내 티흐빈스코예 공동묘지에 이르렀지. 몇 미터 거리를 두고 도스토옙스키와 차이콥스키의 주검이 잠들어 있는 그곳 말일세. (두 사람 중 누가 더 천재인지를 놓고 우리가 밤늦도록 논쟁을 벌이던 시절을 자네, 기억하나?)

그 순간 넵스키 대로를 따라 걷는 것은 러시아문학의 자취를 따라 걷는 것이라는 생각이 갑자기 떠올랐어. 거리가 시작되는 지점(모이카 제방에 접한 바로 그 자리)엔 푸시킨이 말년을 보냈던 집이 자리 잡고 있지. 몇 발짝만 옮기면 고골이 『죽은 넋』의 집필을 시작했던 방들이 있고. 그러고 나면 국립 도서관이 나타난다네. 톨스토이가 서가를 샅샅이 뒤지던 곳이지. 그리고 묘지의 담 뒤편에는 표도르 형제가 누워 있어. 인간 영혼의 불안한 증인이 벚나무 아래에 묻혀 있는 것이지.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거기 서 있는 동안, 묘지의 담 너머로 솟아오른 해가 넵스키 대로에 빛을 비추었고, 나는 거의 비통한 심정으로 그 좋았던 확언과 선언과 약속을 회상했다네.

항상 비추어라,
모든 곳을 비추어라,
삶이 끝나는 그날까지……

 

에이모 토울스, 모스크바의 신사

 

 

 

 

 

2025. 9. 6. 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