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무 어려서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지 알 수 없었다. 창으로 샌프란시스코의 온갖 음식 냄새를 맡았다. 저 밖에는 따듯한 롤빵과 해산물 식당이 있었는데, 음식을 담은 바구니까지 맛있어 보였다. 메뉴판도 먹을 수 있을 만큼 부드럽고, 뜨거운 수프에 적셔 바삭하게 구워져 있었다. 해산물 메뉴판에서 반짝이는 전갱이가 보인다면 당장 먹어 버리겠다. 버터에 가재 발톱을 끓이는 냄새를 맡게 해 다오. ‘육즙 소스에 잠긴’ 두툼하고 붉은 구운 쇠고기나 포도주가 밴 구운 닭고기를 전문으로 하는 곳도 있다. 그릴에 지글거리는 햄버거와 커피가 5센트밖에 안 하는 곳도 있다. 그리고 차이나타운에서 내 방으로 불어 들어오는, 프라이팬에 튀긴 초면 냄새가 나는 공기가, 노스 비치의 스파게티 소스, 피셔맨스 와프의 부드러운 껍질의 게와 경쟁하고 있다. 그리고 쇠꼬챙이에 돌려서 굽는 필모어의 갈비 냄새와도! 마켓가의 엠바르카데로에서 포도주 마시는 밤에 먹는 빨간 칠리 콩과 감자튀김, 만 건너편 소살리토의 삶은 대합조개를 집어삼키는 것, 그것이 바로 나의 꿈속의 샌프란시스코다. 그리고, 안개. 배고픔을 만드는 으스스한 안개, 그리고 온화한 밤 네온사인의 율동적인 진동, 미인이 신은 하이힐이 딸각대는 소리, 중국인 식료품점 유리창의 하얀 비둘기…….

 

잭 케루악, 길 위에서

 

 

 

2025. 5. 27. 05:04